05
창고에 있길 좋아했대. 400만원 화소 짜리 카메라가 40만원이 웃도는 가격으로 판매되던 때였으니까. 그들은 내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고 나에게는 지금과 같은 문제는 없었어. 내내 살았으니까. 구구단을 외우던 김치냉장고 박스는 정말 컸어. 거긴 내 집이었어. 얼마나 오랫동안 거기 있었는지 모르겠어. 한동안 그랬던 것 같아.
기억나지 않는 것들도 이곳에 오면 전부 생각이 나. 같은 책상 같은 의자. 내 책상 속에는 지폐가 있었고 그건 그대로 누군가의 귀에 들어갔어. 내게 죄책감은 없었어.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 마저. 선물. 내게 필요했던건 사실 선물이었을지도 모르겠어. 나를 과대평가 한거지. 이런, 머리가 가렵네. 깨달은 척을 했어. 두손을 모아 싹싹 빌었고. 그 끝에는 누가 있었지?
댓글
댓글 쓰기